어느 날 갑자기 콜라색 소변? ‘급성신장염’ 의심 신호와 예방법

“며칠 전부터 아이 얼굴이 붓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에는 소변 색이 콜라색이에요!”
만약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부모님은 덜컥 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감기처럼 흔한 질환은 아닌데, 갑자기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신장(콩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죠. 바로 ‘급성신장염’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급성신장염은 특히 소아나 청소년기에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미리 알아두면 당황하지 않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정수기, 신장을 지키기 위해 급성신장염의 모든 것을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급성신장염, 우리 몸의 ‘정수기’가 고장 났다는 신호

우리 몸의 신장(콩팥)은 마치 고성능 정수기처럼, 혈액 속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걸러내어 소변으로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정수기의 핵심 필터가 바로 ‘사구체’인데요.
급성신장염(정확히는 급성 사구체신염)은 바로 이 사구체에 갑자기 염증이 생겨 필터가 망가지는 질환입니다. 필터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요?
-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몸이 붓고 혈압이 오릅니다.
- 필터가 손상되어 평소에는 빠져나가지 않던 적혈구나 단백질이 소변으로 새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급성신장염의 핵심적인 증상으로 이어지는 원리입니다.
왜 갑자기 생기나요? 주요 발생 원인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신장염이 왜 갑자기 생기죠?”
급성신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놀랍게도 신장 자체가 아닌, ‘목감기’나 ‘피부염’의 후유증입니다.
정확히는 ‘연쇄상구균’이라는 세균 감염이 주된 원인입니다. 이 세균은 주로 편도염, 인후염 같은 목감기나 농가진 같은 화농성 피부염을 일으킵니다.
- 우리 몸에 연쇄상구균이 침투하면, 면역 시스템이 이 세균과 싸우기 위해 항체를 만듭니다.
- 이 과정에서 생긴 ‘항원-항체 복합체’라는 찌꺼기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신장의 사구체 필터에 끼어 염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즉, 신장에 직접 세균이 침투한 것이 아니라, 감염을 앓고 난 뒤 1~3주 후에 나타나는 일종의 ‘면역 합병증’인 셈이죠. 이 때문에 아이가 감기를 앓고 난 뒤 갑자기 몸이 붓거나 소변 색이 이상해지면 급성신장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급성신장염의 3대 증상

급성신장염은 아래와 같은 특징적인 세 가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콜라색 소변 (혈뇨)
가장 대표적이고 눈에 띄는 증상입니다. 사구체 필터가 손상되면서 적혈구가 소변으로 빠져나와, 소변이 붉거나 갈색, 혹은 진한 콜라색처럼 보입니다.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의심 신호입니다.
2. 퉁퉁 붓는 얼굴과 몸 (부종)
신장이 수분과 염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몸에 쌓이면서 몸이 붓게 됩니다. 특히 잠에서 깬 아침에 눈 주위나 얼굴이 심하게 붓는 특징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나 발목 등 전신으로 부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갑자기 오르는 혈압 (고혈압)
체내 수분량이 늘어나면서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이 발생합니다. 아이가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보채고 잘 먹지 못한다면 혈압 상승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소변량이 줄어들거나, 열감, 복통, 전신 쇠약감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하고 치료해야 할까요?

위와 같은 증상이 보이면 즉시 소아청소년과나 신장내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에서는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과 염증 수치, 원인균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다행히 급성신장염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신장이 회복될 때까지 무리를 주지 않고 증상을 조절하는 ‘보존적 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 안정: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합니다.
- 식이요법: 부종과 고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소금을 제한하는 저염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수분이나 단백질 섭취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 약물치료: 부종이 심하면 수분 배출을 돕는 이뇨제를, 혈압이 높으면 혈압약을 복용합니다. 원인인 연쇄상구균 감염이 남아있다면 항생제 치료를 병행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2~3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으며, 수개월에 걸쳐 신장 기능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예방이 최선! 급성신장염 예방법

급성신장염의 원인을 생각하면 예방법은 명확합니다.
바로 ‘연쇄상구균 감염’을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목감기(편도염, 인후염)나 피부 발진(농가진)을 앓을 때, “며칠 지나면 낫겠지”라며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했다면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반드시 처방된 기간까지 모두 복용하여 균을 완전히 없애야 합니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세균 감염 자체를 줄이는 것도 좋은 예방법입니다.

감기를 앓고 난 우리 아이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붓거나 소변 색이 이상해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주세요. 우리 몸의 소중한 정수기, 신장의 건강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