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하며: 심근교와 심부정맥색전증을 가진 제가 왜 달리기를 선택했을까요? – 달려라 런린이#1

저는 사실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30대 중반에 자전거 사고로 골반 골절을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되돌아가는 길목 중 하나가 막히면서 심부정맥색전증을 앓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심장 근육이 혈관에 파묻혀 혈액 흐름에 영향을 주는 심근교라는 특이한 현상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단순한 ‘질환’이 아니라, 제가 운동을 할 때마다 늘 짐처럼 떠안고 가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같은 운동을 해도 다른 사람보다 2~4배 더 힘들게 느껴지고, 조금만 무리해도 심장이 욱신거리며 통증을 알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운동을 멀리했고, 평범하게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만 했습니다.
이러한 제가 달려라 런린이라는 주제로 달리기 블로그 글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한 달 쉬었더니 다시 찾아온 심장 통증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도 한 달 정도 쉬게 되면 심장이 다시 불편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 그리고 ‘내 몸이 또 멈추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따라옵니다. 신기하게도, 복싱 같은 강도가 센 운동을 하면 이 통증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혈액이 빠르게 순환되면서 막힌 길목이 조금은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이 저를 다시 운동으로, 그리고 달리기로 이끌었습니다. 강한 충격을 주는 복싱도 좋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할 수 있고 체력과 심장을 천천히 단련시킬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달리기였습니다.
심근교와 심부정맥색전증이 있는 사람도 달리기를 해도 될까?

의학적으로 심근교(Myocardial Bridge)는 관상동맥이 심장 근육 속에 묻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지만, 혈류가 제한될 수 있어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부정맥색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 역시 혈전이 생겨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 운동을 시작할 때는 의사와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저 역시 처음엔 달리기를 감히 시작할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과격하지 않은 선에서, 몸의 반응을 보면서 천천히 시작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달리기를 하면 다리 근육이 움직이면서 혈액을 심장으로 밀어 올려주고, 심장의 펌프질도 촉진되면서 전신의 혈액순환이 활발해졌습니다. 매일 부어있던 다리의 부종도 조금씩 좋아짐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제 몸이 “살아 있다”는 신호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런린이의 첫걸음,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

저는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런린이(러너 + 어린이)’입니다. 남들이 보면 초라한 속도와 거리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한 발 한 발이 기적 같은 걸음입니다. 몇 백미터를 걷는데 수십분이 걸리던 날도 있었고, 70~80대 할아버지의 걷는 속도보다 더 느린 속도로 뛰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순간에도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왜냐하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 삶의 희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는 이 블로그에 제가 달리기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 질환을 가진 몸으로 운동을 어떻게 조율하고 있는지, 작은 성취와 좌절까지 모두 담아보려고 합니다. 저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여전히 달리기 초보이고, 앞으로도 넘어지고 쉬어가는 순간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달리기는 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최고의 동반자라는 점입니다.
이 블로그는 이제 막 시작한 저의 달리기 기록장입니다. 제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어떤 벽을 만나고 어떻게 넘어서는지 함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젠가 ‘런린이’가 ‘러너’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시 이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달려라 런린이를 즐겨찾기 해두시고 가끔씩 찾아와 주세요. 제 작은 발걸음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