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MX ERGO 마우스 버튼 DIY 수리기

나의 최애 마우스인 로지텍 MX ERGO 마우스


로지텍 MX ERGO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트랙볼 특유의 편안한 사용감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이 있는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입니다. 특히 장시간 업무를 할 때 손목을 움직이지 않고 엄지손가락으로 커서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너무 마음에 들어 로지텍 트랙볼 M570부터 꾸준히 애용해오던 제품이었습니다. 덕분에 손목 통증이 줄고, 마우스를 오래 써도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죠.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이 트랙볼 마우스에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버튼 내구도입니다. 일반적인 게이밍 마우스가 1억 번 클릭 내구도를 자랑한다면, MX ERGO에 들어가는 스위치는 약 1,000만 번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사용한 지 2~3년쯤 지나면(일반적으로 프로젝트 하나를 마칠 시점이면) 어김없이 더블 클릭 오류나 클릭 불량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이때마다 기존에는 새 제품을 사서 교체를 했었지만, 이번에는 직접 수리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부품 준비 – D2FC-F-7N 스위치 구매


수리의 핵심은 고장 난 버튼 스위치를 교체하는 일입니다. 여러 정보를 찾아본 결과, 디바이스마트에서 판매하는 D2FC-F-7N (10M) 스위치가 MX ERGO와 호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격도 개당 700원 정도로 부담 없었고, 배송도 빠른 편이라 바로 주문했습니다.
작업 도구로는 작은 십자 드라이버, 별나사, 납땜 인두기, 납 흡입기, 핀셋, 그리고 교체용 스위치가 필요합니다. 사실 납땜 작업이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살려낸다’는 생각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죠.
분해 과정 – 조심스러운 첫걸음







마우스 분해는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주의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 먼저 마우스 바닥에 있는 마우스에 하부에 별 나사로 되어있습니다. 이 나사들을 모두 풀어줍니다. (별 나사 규격은 T6H입니다.)
- 상판과 하판을 분리할 때 케이블이 연결된 부분이 있으니 힘을 주어 억지로 벌리지 않고, 살살 들어 올려 내부 연결을 확인합니다. 케이블은 커넥터 부분을 살짝 올려주면 쉽게 분해되니 참고 바랍니다.
- 내부에는 배터리와 기판이 보이는데, 배터리를 먼저 분리해야 납땜 작업 시 안전합니다.
이 과정을 처음 해보는 분이라면 ‘내가 이걸 다시 조립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약간 긴장했지만, 천천히 사진을 찍어가며 분해하니 다시 조립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버튼 교체 – 납땜의 핵심 순간


기판을 드러내면 문제가 되는 버튼 스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로 왼쪽 클릭 버튼만 고장이 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오른쪽 버튼은 놔두고 왼쪽 버튼만 수리를 했습니다.
- 납 인두기를 달궈서 기존 스위치가 고정된 납땜 부분을 녹여줍니다.
- 납 흡입기를 사용해 녹은 납을 제거하면 스위치를 기판에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존에 납땜을 잘한다는 자만심을 가지고 해서인지 별도의 납 흡입기 없이 녹여서 바닥에 납을 털어내는 방식으로 했는데, 납 흡입기가 있으면 쉽게 했을 작업을 너무 어렵게 작업을 했습니다.
- 새로 준비한 D2FC-F-7N 스위치를 동일한 위치에 맞춰 끼운 뒤, 다시 납땜으로 단단히 고정합니다.
- 납땜이 끝나면 혹시 납이 엉겨 붙지 않았는지, 접점이 제대로 연결됐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다 붙이고 나서 제대로 작동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작은 부품 하나가 자리를 잡고 기판에 착 달라붙는 순간 묘한 성취감이 느껴졌습니다.
재조립과 테스트 – 다시 살아난 클릭감


모든 부품이 제자리에 들어갔는지 확인한 뒤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배터리를 다시 연결하고, 상판과 하판을 결합한 후 나사를 조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고무 패드를 붙이면 외관상 거의 새 제품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전원을 켜고 클릭을 해보는 순간, 똑딱거리는 버튼 소리와 부드러운 반발력이 손끝에 전해졌습니다. 이전에는 버튼이 잘 눌리지 않고, 특히 드래그 할 때 마우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확하고 깔끔하게 작동했습니다. 700원짜리 스위치 하나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습니다.
느낀 점 – 수리의 즐거움과 애정의 깊어짐
이번 수리를 통해 단순히 돈을 아꼈다는 만족감보다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도구를 스스로 살려냈다는 뿌듯함과, 작은 기술만 익히면 우리가 쓰는 기기를 더 오래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하는 분들에게는 납땜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MX ERGO 같은 좋은 제품을 단순히 내구도 문제 때문에 버리기에는 아깝습니다. 직접 수리해서 쓰면 제품에 대한 애정도 배가되고,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위의 작업이 어려운 초보자들은 Aliexpress 등에서 기반 전체를 판매를 하오니, 해당 기반을 전체를 교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버튼 하나를 교체하는 것보다는 비싸지만, 이렇게 실패를 하더라고 기판 전체를 교환함으로써 다시 마우스를 살릴 수 있습니다. Aliexpress를 찾아보니 MX ERGO가 아닌 Vertical type의 경우에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 고장 난 마우스, 버리기 전에 한 번 고쳐보세요

로지텍 MX ERGO는 그만큼 가치 있는 마우스입니다. 버튼 하나 때문에 새 제품을 사기보다는, 700원짜리 스위치를 갈아끼우는 수리만으로도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애정을 가지고 쓰시는 분이라면, 혹시 버튼 불량이 생기더라도 겁내지 말고 한 번쯤 직접 고쳐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고장 난 순간이 끝이 아니라, ‘다시 함께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